작년 9월에 시작한 입사 후 첫 프로젝트가 이번 주로 완전히 막을 내렸습니다.
올해 2월에 끝날 예정이었던 프로젝트가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고 이제야 마무리되었습니다.
프로젝트 드롭, PM 교체의 말이 나올 정도로 고객사와 사이가 틀어질 때도 있었고, 오픈이 가능한 상태에 도달했음에도 고객과 조율이 되지 않아 무의미한 작업으로 야근만 지속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프로젝트 일 년 간 야근은 거의 필수였으며 주말 출근까지 감내한 날들도 많습니다.
이번 일이 힘들었던 건 잦은 야근보다 프로젝트가 계속 지연되면서 방향키를 쥐고 있는 상사에 대한 불신과 이에 목표를 잃고 꺾인 제 마음이 컸습니다. 올여름부터는 체력도 한계에 다다르며 '퇴사'와 '이직'을 품고 악에 받쳐 다녔던 거 같습니다. 정말 끝날듯하면서도 끝나지 않던 징글징글한 인연이 드디어 끝난 것입니다.
저는 비전공자 개발자로 국비 학원을 수료하고 SI회사에 입사했습니다. 문과생으로 대학교 졸업 후 진로 결정에 방황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겨우 선택한 길에서 시작부터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게 제가 그만두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프로젝트 기간이 이 정도로 길어질 줄은 몰랐기 때문에 기회비용을 생각해 보면 좋은 결정이었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그리고 버틸 수 있던 또 하나의 원동력은 곁에 있던 사람들입니다. 특히 의지되는 선배와 다른 프로젝트였지만 든든한 회사 동기들 덕에 힘든 회사 생활에 분노하지 않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힘듦을 알아주고 함께해 주는 동료를 만난 건 큰 행운이었습니다.
이번에 끝난 프로젝트는 고객사에 파견되어 진행되었으나 다음 프로젝트는 다니고 있는 회사 본사에서 합니다. 그렇게 떠나고 싶던 파견사였지만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평일 내내 지냈던 익숙한 사무실을 떠나려니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다음 프로젝트에 함께 가는 동료도 있고, 이 프로젝트를 마지막으로 회사를 떠나는 동료도 있습니다. 프로젝트가 지연되면서 일에 대한 스트레스도 컸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도 못지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녹이고 좋은 감정으로, 좋은 말들로 끝을 맺게 해주더군요.
고생했던 만큼 끝냈다는 후련함이 크게 다가옵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동안 프로젝트에 소모된 스스로를 생각하면 후회도 많이 남습니다. 한동안 1년 3개월간의 프로젝트에서 배웠던 점, 아쉬웠던 점들을 돌이키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이제 12월의 시작입니다. 길가는 중에 화려하게 꾸며진 크리스마스트리를 보거나 어느 카페에 가도 울리는 캐럴을 들으면 한 해가 끝나간다는 것이 문득 실감됩니다. 저에게 있어서 프로젝트 마무리와 함께 찾아온 연말 분위기는 참으로 시의적절합니다. 모두 내년의 기대감으로 한 해의 마무리를 잘 지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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